[예술人터뷰] 心琴(심금)을 울리는 성악가 테너 김형찬 (6)
[예술人터뷰] 心琴(심금)을 울리는 성악가 테너 김형찬 (6)
  • 김광일
  • 승인 2020.01.30 1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테너 김형찬의 (카르멘) 이야기

세상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과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발자국이 자욱해지며 단단하게 다져진 길. 둘 중에 어느 길이 더 빠른가는 직접 걸어 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하지만 인생에 정해진 답지가 있었다면 사는 게 조금 더 수월했을까, 하는 상투적인 물음 앞에 그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수 없듯이 오페라 ‘카르멘’도 우리에게 이런 화두를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페라 ‘카르멘’을 만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만나야 할 비운의 작곡가가 있다. 바로 카르멘을 작곡한 ‘조르주 비제’이다. 비제는 자신의 생을 통틀어 지독하고 치열하게 음악을 작곡해 왔으나, 살아있을 때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사망 후부터 그의 작품은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비록 예술가로서의 영예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하여도, 사후에 재평가된 그의 작품은 애석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렇다면 왜 카르멘은 비제가 살아있을 때 혹평을 받았던 것일까? 1875년 3월 처음으로 무대 위에 오른 카르멘은 초연 당시 비도덕적이고 과장된 내용과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비평을 받았다. 게다가 이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기 전까지도 많은 진통이 있었기에 비제는 재기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한 실패를 맛 보아야 했다.

특히 이 작품에 등장하는 집시여인 ‘카르멘’은 매혹적이고 정열적이지만 동시에 자유분방한 여성을 그려내고 있다. 오늘 날에는 ‘팜므파탈’이라고 불리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이지만, 당시에는 집시 자체만으로도 하찮게 폄하했는데, 거기에 부도덕한 여성상을 지녔다는 것은 사회적 통념상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오페라의 배경은 19세기 스페인이고 담배공장에서 일하는 카르멘. 그리고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진 돈 호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돈 호세는 약혼녀 미카엘라가 있지만, 카르멘의 유혹에 빠져 자신의 본분도 잊고 사랑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카르멘은 그의 사랑을 얻자마자 떠나게 되고 투우사인 ‘에스카미요’를 만나 또 다른 사랑을 하게 된다.

이에 광분한 돈 호세는 질투에 눈이 멀어 끝이 없는 타락의 길을 걷게 되고 자신의 상관을 죽이고 미카엘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카르멘을 다시 찾아가 새롭게 시작하자고 애원을 한다.

카르멘에서 돈 호세를 맡았었던 김형찬 교수는 “돈 호세는 원래 순박하고 남자로서의 순정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질투와 치정에 눈이 멀어 결국 가장 사랑했던 여인을 죽인 살인자가 되는 비극을 맞이한다”며 “돈 호세가 카르멘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la fleur que tu m'avais jetee’도 상당히 로맨틱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이 드는 곡인데, 그의 순애보 뒤에 거친 사랑이 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돈 호세는 자신을 끝내 거절한 카르멘을 스스로 죽이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성모 마리아 상 아래에서 카르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결말을 맞이한다. 마치 그에겐 세상의 전부와 같았던 여인을 죽임으로써 그의 모든 세상이 끝난 것처럼, 정열적이다 못해 치명적이었던 두 남녀의 사랑은 지독한 고요함 앞에서 더욱 위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형찬 교수는 “비제의 죽음 이후 카르멘은 걸작으로 평가되었지만, 초연 당시에는 퇴폐적이고 부도덕하고 잔인한 결말로 관객들의 혹평을 받아야 했다”며 “하지만 ‘투우사의 노래’나 ‘꽃노래’로 불리는 ‘la fleur que tu m'avais jetee’와 같은 아리아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명곡으로 평가 받고 있다. 문화의 다양성이 없던 시대에 태어난 걸작이 평가절하를 받아서 더욱 안타까운 작품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오페라 ‘카르멘’은 비제의 삶과 닮아 있었다. 치열한 삶의 경쟁 속에서 빛을 보기 전 사그라든 비제처럼 ‘카르멘’의 마지막도 지독한 사랑 앞에 열병처럼 죽어간 한 여인의 고독 같은 아이러니함이 느껴진다.

때론 누군가에게 열렬히 사랑받는 것이 지독한 아픔이고 고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려냈기에 한 남자의 광기도, 한 여자의 마지막도 오랜 세월을 거쳐 아직까지도 관객들의 마음속에 우두커니 남아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